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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곳곳 망가뜨리는 비만…적극적인 조기 치료 필요③ [비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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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이 유발하는 질환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뇌경색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각종 질환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 때문에 비만은 흔히 '만병의 근원'으로 불린다. 특히 최근에는 비만이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상태가 아니라, 여러 질환의 원인이자 독립적인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그 위험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이러한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서울대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는 "당뇨병과 고혈압을 초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듯, 비만 역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적이며, 합병증 예방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유병률이 증가하는 대사증후군의 경우, 비만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만, 전신 건강에 악영향… 암 발생 위험도 높여
비만이 미치는 악영향은 전신에 걸쳐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은 5~13배, 이상지질혈증은 2배, 고혈압 위험은 2.5~4배 높다. 비만은 이 같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높이며,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50% 증가시킨다.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64% 높다는 보고도 있다.

오범조 교수는 "비만은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요소이며, 최근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도 비만과 연관이 깊다"라고 말했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일반인에서 10~24%, 그리고 비만한 사람은 58~74%까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지방간이 심화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비만인은 지방간 질환을 앓는 비율이 높은 만큼 간경변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상대적으로 더 많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비만의 위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비만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범조 교수는 "비만은 결국 지방 세포의 성장에서 유래되는데, 이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특히 비만한 유방암 및 대장암 환자의 경우, 치료 후 재발률도 상대적으로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령화와 의료 기술의 발달로 암 생존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암 완치 후 체중 관리가 암의 재발을 막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비만은 수면 무호흡증, 골관절염, 정맥염, 통풍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방치할 경우 이러한 질환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나 건강을 더욱 위협할 수 있고,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비만을 명백한 '질병'으로 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5~10%만 감량해도 합병증 위험↓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오범조 교수는 "체중의 5~10%만 감량해도 비만과 관련된 동반 질환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체중이 줄어들면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골관절염,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등의 증상이 호전되어 전반적인 삶의 질도 향상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체중을 1kg 줄이면 혈압이 약 1mmhg 낮아지고, 당화혈색소 수치도 약 0.1%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질량지수(bmi)를 줄이면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만성질환자의 합병증 예방뿐만 아니라, 대사증후군 환자가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사증후군이란 아직 당뇨나 고혈압으로 진단받지는 않았지만, 혈당과 혈압이 정상 범위를 초과한 상태를 의미한다. 오 교수는 "비만한 상태에서 당뇨로 진행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지고, 약물 반응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대사증후군 단계에서 체중을 감량하면 혈당과 혈압이 정상 범위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체중을 일부 감량하는 것만으로도 혈당 조절이 개선되고, 고혈압 위험이 감소하는 등 건강 지표가 긍정적으로 개선된다. 체중을 15% 감량하면 공복 혈당이 7일 이내에 정상 수치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제2형 당뇨병 발생 초기 단계에서 체중을 적극적으로 감량하면 간과 췌장에 축적된 지방이 줄어들면서, 간의 포도당 생성이 감소하고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회복되면서 당뇨병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만 치료, 빠를수록 효과 커…적극적으로 체중 조절 나서야
비만 치료는 초기부터 빠르게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 비만 치료제는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지만, 체중이 지나치게 증가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기대할 수 있는 감량 폭이 제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치료제로 체중의 10% 감량이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체중이 100kg인 사람은 90kg까지 감량할 수 있지만, 150kg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여전히 135kg에 머물게 된다. 즉, 고도비만으로 진행되기 전에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범조 교수는 "비만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여전히 비만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커지기 전에 체중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교수는 "비만이 고혈압, 당뇨병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며 "이들 질환의 중심에는 비만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합병증 예방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