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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망가지는 콩팥…"과도한 영양제 섭취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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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은 우리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고 체액 및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장기다. 하지만 한 번 손상되면 돌이킬 수 없고, 자각 증상마저 늦게 나타난다.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은 이러한 콩팥의 조용한 경고에 귀 기울이기 위해 지정된 '세계 콩팥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의 증가로 콩팥 질환 예방과 조기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신장내과 윤성빈 교수(강릉아산병원)와 함께 콩팥의 역할과 그 기능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짚어봤다.

조용한 장기 '콩팥', 선제적 관리 중요해
콩팥은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해 요독을 제거하고, 전해질 균형을 안정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혈압을 조절하고, 조혈 기능을 도우며 칼슘 대사에도 관여한다. 체내 수분량을 조절하는 것 역시 콩팥이 담당하는 핵심 기능 중 하나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콩팥에 이상이 생기면 전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 질환을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윤성빈 교수는 "콩팥의 기능은 다른 장기들과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콩팥에 이상이 생겨도 다른 장기가 이를 일정 부분 보상해 증상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콩팥 건강은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크레아티닌 수치, 사구체여과율, 알부민뇨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검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말기콩팥병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말기콩팥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말기콩팥병의 발병률은 2010년 9,335명에서 2022년에는 18,598명으로 12년간 2배가 증가했다. 이는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수치다.

만성콩팥병 환자 증가세, 그 원인은?
만성콩팥병 환자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고령화와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유병률 증가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이 만성콩팥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이 손상되면서 신장의 사구체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단백뇨가 발생하며 신장 기능이 점차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고혈압이 지속되면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신장 내 사구체로 유입되는 혈류가 줄어들어 결국 사구체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윤성빈 교수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조기 발견 증가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건강보조식품 섭취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건강보조식품의 오남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콩팥은 평생 동안 체내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장기로,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환경적 영향이나 노화로 인해 기능이 점차 저하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무분별한 건강보조식품 섭취는 콩팥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최근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다양한 성분이 조합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장 기능이 정상인 경우, 허가된 건강보조식품을 적절히 섭취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윤성빈 교수는 "소비자가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여러 종류의 보조제를 무분별하게 조합해 복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체내에서 필요 이상의 영양소가 남으면 저장되지 못한 물질은 체외로 배출되는데, 특히 수용성 물질의 경우 대부분 콩팥을 통해 걸러진다. 문제는 고농도의 물질이 신장을 통해 배설될 때 신장 조직에 부담을 주거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건강보조식품의 조합이 콩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지만, 고농도의 물질이 콩팥을 통해 배설될 때 신장의 조직에 손상을 줄 위험성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물은 가까이, 소금은 멀리해야
신장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무엇보다 선제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윤성빈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탈수가 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성분이 불분명한 제품은 가급적 복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염분 섭취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의 식탁에는 대부분의 반찬에 소금이 사용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금 섭취량이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고강도의 저염식을 실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의사의 권고로 저염식이 필요한 경우라면, 찌개와 국을 식단에서 제외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며, "이들 음식은 염분 함량이 높고 국물 농도도 진해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에 가장 효과적인 조절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혈압과 당뇨병 등 원인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혈압과 혈당을 잘 조절하는 것은 신장 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비만 역시 신장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